중년이 되면 배와 팔뚝, 어깨 등에 일명 '나잇살'이 붙는다. 젊을 때보다 식사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량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닌데 왜 나이가 들면 몸 곳곳에 살이 붙을까? 그 원인은 '호르몬' 변화에 있다. 특히 호르몬 중에서도 성장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우리 몸속 성장 호르몬은 30대부터 10년 주기로 14.4%씩 감소한다. 성장 호르몬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고 신진대사량이 떨어져 몸이 기본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양이 감소한다. 다시 말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소모되지 않으면서 몸에 쌓인다는 것이다.
여성은 임신과 폐경을 겪으면서 나잇살이 급격히 늘어난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복부에 지방을 많이 축적해둔다. 이때 쌓인 지방은 출산 후에도 빠지지 않는다. 또한 폐경기가 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든다. 에스트로겐은 내장지방의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분비가 줄면 지방이 쉽게 축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경 후 1년에 0.8㎏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중년 남성이 나잇살이 찌는 이유도 호르몬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몸속 근육이 유지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노화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진대사량이 떨어진다. 결국 지방이 잘 쌓이는 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럼 나잇살은 어쩔 수 없으니 방치해도 될까? 아니다. 나잇살을 방치하면, 지방에서 만들어진 만성 염증이 각종 성인병과 암,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잇살을 빼는 데 나서야 한다. 나잇살은 식습관 교정과 운동 등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일단 밥그릇 크기를 줄여서, 평소 섭취하는 열량의 30% 정도를 줄여보자. 나잇살을 빼기 위해서는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여서 전체적으로 하루 섭취 열량을 낮춰야 한다. 섭취 열량을 낮추면, 신체 노화를 일으켜 각종 질병을 부르는 활성산소 생성을 줄인다. 실제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실시한 원숭이 실험에서 전체 열량의 30%를 줄인 원숭이들의 수명 연장 효과가 극대화됐다. 그 대신 양질의 단백질 섭취와 식이 섬유 섭취는 늘려야 한다. 단백질과 식이 섬유는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함)의 효율을 높여 체내 에너지를 활발하게 생성해 지방 축적을 막는다. 근력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몸속 근육량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증가시켜서 기초 대사량의 저하를 막는다. 근력운동은 수건이나 물통 같은 간단한 도구나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스쿼트 등의 운동은 복부·등·어깨·허벅지의 분포돼 있는 큰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다.
차의과학대 식품생명공학과 이부용 교수는 "꾸준한 식이 요법·운동과 함께,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기능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주목받는 식품은 '핑거루트'이다. 핑거루트는 동남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생강과 식물이다. 핑거루트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서 체내 지방이 쉽게 연소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핑거루트의 주 성분은 '판두라틴'이다. 판두라틴이 우리 체내로 들어가면, AMPK 효소를 자극한다. AMPK 효소는 우리가 일정 시간 운동했을 때 지방을 연소하도록 한다. 또한 판두라틴은 체내 근육량을 늘려주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2016년에 저널 오브 메디칼푸드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핑거루트 추출물이 쥐의 근육량과 운동능력(지구력)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부용 교수는 "핑거루트는 콜라겐 합성 효소를 높여서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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